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날,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속이 허한 날. 우리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약속이라도 한 듯 떠오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뜨끈한 '찌개'입니다. 갓 지은 흰쌀밥에 찌개 한 숟갈 푹 떠서 슥슥 비벼 먹으면, 세상의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죠. 오늘은 당신의 허기진 배와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줄 대한민국 대표 찌개 삼대장을 소개합니다.

1. 모든 그리움을 담은 맛, 김치찌개
한국인의 소울푸드를 단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1순위. 잘 익은 김치의 시큼함과 돼지고기의 고소한 기름이 만나 빚어내는 깊고 진한 국물 맛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갓 끓여낸 김치찌개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밥 한 공기를 추가하게 되죠. 푹 익어 흐물흐물해진 김치 한 조각을 길게 찢어 밥 위에 척 얹어 먹는 그 맛, 오늘 저녁 모든 시름을 잊게 해 줄 바로 그 맛입니다.

2. 할머니의 손맛, 된장찌개
화려하진 않지만, 그 어떤 음식보다 깊은 위로를 주는 맛. 구수한 된장의 향기는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립니다. 뚝배기 속에서 부드럽게 으깨지는 두부와 포슬포슬한 감자, 달큰한 애호박까지. 마치 할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시골 밥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슴슴하면서도 속을 꽉 채워주는 매력. 이것이 바로 우리가 된장찌개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3. 부드러움 속 강렬함, 순두부찌개
새빨간 국물의 강렬한 비주얼에 먼저 압도당하지만, 이내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부드러움에 반하게 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입니다. 칼칼한 국물과 보드라운 순두부가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순간은 그야말로 황홀경이죠. 뜨거운 뚝배기에 날계란 하나를 '톡' 깨뜨려 휘휘 저어 먹는 재미는 순두부찌개만이 줄 수 있는 특권입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먹고 나면 스트레스마저 확 풀리는 기분, 오늘 밤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